미 국방전략, 한국 대북 억제 주도·제1도련선 강화
전문가 "한국, 전투병력보다 미군 군수 지원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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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프 힐버트 미군 제8군사령관은 한국 주둔을 이유로 임무를 한반도로 제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역외 투입 준비를 강조했다.
▲ 미국 국방전략은 한국이 대북 억제의 주된 책임을 맡고 미국은 제1도련선의 거부형 방어 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 전문가들은 역내 유사시 한국의 주된 역할이 전투병력 파견보다 미군의 탄약·무기 공급과 군수 지속지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지프 힐버트 미군 제8군사령관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도 한반도 밖의 위협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힐버트 사령관은 미군 제8군이 대북 억제라는 기본 임무를 수행하면서 한반도 밖의 작전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대북 방어 책임 확대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의 방위산업 기반을 활용한 역내 미군 군수 지원도 주요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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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버트 사령관은 21일 보도된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군 제8군의 임무가 한반도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내 위협에만 "근시안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단지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힐버트 사령관은 제8군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방위 공약 이행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국가통수기구(national command authority)가 필요로 하는 곳에 배치될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갖추는 글로벌 군대(global force)의 일부"라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는 준비태세를 대체로 위협의 종류와 관계없는 것으로 본다"며 "육군이 부여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훈련되고 준비된 부대라면 대응이 필요한 어떤 위협에도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힐버트 사령관은 특히 대북 억제와 역외 임무 준비가 양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매일 한국 동맹군과 함께 주된 위협에 대비해 훈련하면서도 국가가 요구하는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8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국적 연합훈련에 참여해 온 사실도 한반도 밖 임무에 대비하는 사례로 제시했다.
다만 힐버트 사령관은 이번 인터뷰에서 대만해협 등 특정 지역의 분쟁에 미 제8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나 구체적인 파병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다.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본부를 둔 미군 제8군은 주한미군 지상군을 지휘한다. SCMP는 제8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아시아 대륙에 주둔하는 유일한 미 육군 야전군이자 해외에 상시 전진 배치된 유일한 미국 육군 야전군이라고 전했다. 주한미군 전체 병력은 약 2만85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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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제8군의 역외 임무 준비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한미동맹 현대화 및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와 연결된다.
제8군은 전통적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 억제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밖 역내 다른 유사 상황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해 8월 언론 브리핑에서 핵무장을 한 중국·러시아·북한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제기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동맹 현대화의 중심에 전략적 유연성이 놓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방향은 지난 1월 발표된 미국 국방전략(NDS)에도 반영됐다. 국방전략은 한국이 '핵심적이지만 보다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 아래 북한 억제의 '주된 책임'을 맡을 능력이 있다고 명시했다. 또 이러한 책임 분담의 변화가 한반도 내 미군 배치 태세를 조정하려는 미국의 이익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미국은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열도선·일본 오키나와<沖繩>∼대만∼필리핀∼보르네오)에서 '강력한 거부형 방어 태세'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한반도는 제1도련선 안쪽에 포함된다.
SCMP는 한국의 대북 억제 책임 확대와 제1도련선 방어 강화가 주한미군을 대만해협 등 역내 다른 유사 상황에 더욱 유연하게 활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과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방문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전과 최근 이란전 당시 이미 한반도에서 병력과 장비를 이동시켜 군사작전을 지원했다면서 상황에 따라 이러한 전력 이동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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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역내 활용과 맞물려 한국의 역할도 대북 억제를 넘어 미군의 병참·군수 지원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구상이 제시되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AUSA) 연례행사에서 한국의 방위산업 기반을 "절대적으로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군 장비를 정비하기 위해 미국 본토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이를 왕복하는 기존 창정비 중심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장비를 이동시키고 다시 배치하는 데 수일에서 수주가 걸리기 때문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앞으로 특히 태평양에서의 전투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오래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한국을 기반으로 제1도련선 안에서 군수 지원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했다.
그가 설명한 권역 지속지원 거점 구상은 한국의 생산·정비 역량을 활용해 역내 미군의 작전 지속 능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힐버트 사령관도 5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태평양 지상군 심포지엄(LANPAC)에서 한국의 첨단 제조업 기반과 협력하면 태평양을 건너 장비를 운송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미 합동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방산업체의 미군 무기체계 개발사업 참여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육군은 8월 한화와 신형 기동전술화포 사업을 위한 K9 자주포 시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2억6000만달러(3450억7200만원)이다.
SCMP는 이를 미군이 한국산 무기체계를 확보한 첫 사례로 소개했다. 다만 이번 계약은 K9 자주포 시제품 공급에 관한 것으로, 미 육군의 정식 전력화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아토믹스는 지난주 AUSA 연례행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공동 개발·생산하는 단거리 이착륙(STOL) 무인기 모하비의 축소 모형을 공개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해당 무인기의 개발·생산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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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역할 분담이 변화하면서 한국이 대북 억제의 주된 책임을 지는 동시에 역내 유사시 미군의 군수 지원 거점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라미 김 한국·첨단기술·국가안보·국방 담당 석좌는 한미동맹이 미국이 한국 방어를 책임지는 '일방향' 구조에서 양국이 서로의 안보에 기여하는 '더욱 상호적인 파트너십'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석좌는 이러한 변화가 195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된 한국의 군사 역량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맹이 갈수록 상호적인 관계로 변화하면서 한국이 의미 있는 기여를 하지 않고도 미국의 안보 공약이 계속 유지되기를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석좌는 한국이 역내 유사시 미군에 병참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의 방위산업 기반이 미국의 무기 재고를 보충하고 미군의 군사작전을 지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탠거론 선임연구원도 한국이 역내 미군의 병참 거점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역내 유사시 미군을 지원할 수 있는 방위산업 기반을 갖춘 유일한 미국의 역내 동맹국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스탠거론 연구원은 한국의 역내 역할에서 전투병력 파견과 군수 지원을 구분했다. 그는 한국이 역내 유사 상황에 전투병력을 보내야 한다는 요구가 주기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한국의 주된 역할은 필요한 탄약과 무기를 공급하는 지원 임무라는 점이 오래전부터 분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억제가 우선순위로 남아 있어야 하지만 한국은 자체 역량이 커진 만큼 미국의 역내 전략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