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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조원 이탈 우려”…인도네시아 증시는 왜 두 계단 강등 위기 몰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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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10. 2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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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불투명한 지분 구조·시세조종 방치 문제 삼아 '2단계 강등' 검토
최대 수십조 원 이탈 우려…"1998년 이후 최대 위기"
내년 6월 결정 전 실효 입증이 관건
INDONESIA-JAKARTA-STOCK INDEX <YONHAP NO-6825> (XINHUA)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 MSCI가 인도네시아 증시의 '독립시장' 강등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증권거래소(IDX) 로비에서 한 남성이 전광판을 촬영하고 있다. 이날 자카르타종합지수는 하루 만에 11% 넘게 폭락했다/신화통신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증시가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시장 분류에서 신흥시장 지위를 잃고 한 단계 아래인 프런티어시장마저 건너뛴 채 최하위 독립시장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MSCI가 시장의 규모보다 '정상적인 작동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자칫 수십조 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일거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덮치고 있다.

시장은 즉각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MSCI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증시 재분류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착수한다고 발표하자, 이튿날 자카르타종합지수는 하루 만에 11.6% 폭락했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1월 이후 일일 기준 최대 낙폭이다.

채널뉴스아시아(CNA)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 약 650억 달러(약 86조 원)가 증발했다. 외환시장에서도 루피아화 가치가 달러당 1만8027루피아(약 1316원)까지 추락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만8000선이 무너졌다.

충격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지수는 19일 3.64% 추가 하락하며 5000선 아래(4996)로 밀려났다. 이후 반등에 성공해 23일 5439로 한 주를 마감했으나 외국인 투자자의 '셀(Sell) 인도네시아' 행렬은 멈추지 않고 있다. 현지 증권사 BRI다나렉사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인도네시아 주식을 약 60억 달러(약 8조 원)어치 순매도했다.

◇독립시장으로 밀려나면 뭐가 달라지나
MSCI는 FTSE러셀, S&P다우존스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지수 산출기관으로 꼽힌다. 한국 증시가 해마다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노리며 발표를 주시하는 곳이기도 하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MSCI 지수를 나침반 삼아 국가별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데, 이 중 신흥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운용 자산 규모만 약 10조 달러(약 1경3000조 원)에 달한다. 특정 국가의 지수 편입 여부가 막대한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을 좌우하는 구조다.

MSCI는 세계 증시를 선진·신흥·프런티어·독립 등 4단계로 분류한다. 아시아에서는 베트남·파키스탄·스리랑카·방글라데시 등이 프런티어시장에 속해 있다. 반면 독립시장은 앞선 세 지수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사실상의 '장외 시장'으로, 아르헨티나·레바논·나이지리아·우크라이나 등이 묶여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독립시장으로 밀려나면, 현재 해당 그룹 내 2위 경제국인 아르헨티나의 두 배를 웃도는 최대 규모의 독립시장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강등이 현실화할 경우 인도네시아 주식은 주요 신흥시장지수에서 일제히 편출되며,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들은 보유 물량을 기계적으로 매도해야 한다. 주요 은행들은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펀드에서만 30억~60억 달러(약 4조~8조 원)가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한다.

투자은행 UBS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자금에서도 150억 달러(약 20조 원)가량이 추가 이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자산운용사 이스트스프링인베스트먼츠는 실제 자금 유출 규모는 MSCI의 최종 결정과 이행 방식, 투자자들의 반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INDONESIA-ECONOMY/RATES <YONHAP NO-5975> (REUTERS)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 MSCI의 '독립시장' 강등 검토 발표로 금융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21일 한 여성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증권거래소(IDX) 앞을 지나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 MSCI는 왜 프런티어로도 부족하다고 봤나
MSCI가 프런티어시장을 건너뛴 채 직행 강등 카드를 꺼내 든 핵심 배경은 '신뢰 상실'이다. MSCI는 인도네시아 당국의 개혁 발표에도 불구하고 조직적 매매 의혹과 의미 있는 단속 증거 부족 등 시장 기능 장애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게리 탄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츠 포트폴리오매니저 역시 CNA에 "MSCI의 핵심 우려는 시장 투명성과 가격 형성 과정, 규제 집행의 신뢰성에 맞춰져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상장사들의 불투명한 지분 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MSCI 지수는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 가능한 '유통주식' 비율을 기준으로 종목 비중을 산정한다. 그러나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인도네시아 기업들의 유통주식 비율과 주주 분류 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중에서 실제로 사고팔 수 있는 주식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나아가 일부 종목의 주가가 인위적으로 부양됐다는 시세조종 의혹까지 불거졌다.

앞서 MSCI는 올해 1월 이 문제를 처음 공식화하며 프런티어시장 강등 가능성을 거론했고, 같은 달부터 인도네시아 종목의 지수 편입 확대 등을 동결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오는 11월 정기 지수 리뷰 전까지 충분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분류 의견 수렴을 검토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사이 인도네시아 당국이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MSCI는 이번 발표에서 프런티어시장 강등만으로는 "문제의 깊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탄 매니저는 "인도네시아를 프런티어시장으로 내릴 경우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다른 MSCI 지수로 떠넘기는 셈이 된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라며 "프런티어 지수 추종 자금의 유입이라는 완충장치조차 없이 신흥시장지수를 떠나게 되는 만큼 시장 파장은 훨씬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전례에 비춰봐도 매우 이례적이다. 1997년 이후 독립시장으로 강등된 8개국 중 신흥시장에서 곧바로 추락한 사례는 자본 통제를 단행한 아르헨티나(2021년)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은 러시아(2022년) 등 3곳뿐이다. 앵거스 매킨토시 알레테이아캐피털 아세안 전문가는 "소수 시장 참여자의 행위나 투명성 문제로 직행 강등된 전례는 없다"며 "인도네시아는 대다수 거시 지표에서 다른 신흥국에 뒤지지 않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더욱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 고유가·포퓰리즘·경제수장 교체 겹쳐…"1998년 이후 최대 불안"
MSCI의 경고는 자본시장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실물경제가 안고 있는 뇌관도 만만치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경제 혼란이 프라보워 수비안토 정부의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취약점을 그대로 노출했다고 짚었다.

NYT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이란 전쟁과 미국의 관세 부과 여파 속에서 물가 상승과 도시 지역의 연료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고유가와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달러가 유출되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가 루피아화 약세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도 지난 2월과 3월 인도네시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잇달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더욱 얼어붙었다. 인도네시아의 중산층 인구는 정점 대비 약 19% 줄어들었으며, 청년 실업률은 17% 안팎으로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대학에서 정보기술(IT)을 전공하고 지난해 졸업한 노브리 푸트라(28) 씨는 웹 개발자로 취업하는 대신 오토바이 택시 기사로 일하며 한 달에 약 220달러(약 29만 원)를 버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학생 8000만 명 이상에게 무상 급식을 제공하는 국정 과제 하나에만 연간 최대 300억 달러(약 40조 원)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 사령탑이 잇따라 교체된 점도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조코 위도도 전 정부 시절부터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던 스리 물야니 재무장관을 경질했다. 올해 7월에는 페리 와르지요 중앙은행 총재가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사임했고, 물야니 장관의 후임인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 재무장관마저 지난달 14일 경질되면서 수아실 나자라 현 장관이 2년 새 세 번째 재무장관으로 임명됐다. 푸르바야 전 장관은 경질 사흘 전 NYT 인터뷰에서 지난 3월 MSCI 관계자들을 만났던 일화를 언급하며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나를 믿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제 붕괴로 수하르토 독재 정권이 무너진 1998년 이후 가장 불안정한 국면이라는 경고음까지 나온다. 정부 출범 전 프라보워 자문단에 몸담았던 페리 라투힐린 전 인터내셔널인도네시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을 '시한폭탄'에 비유하며 "1997년 당시 아무도 경제 문제로 수하르토 정권이 무너질 줄 몰랐듯, 현 정부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번 위기가 인접국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필립 울 레이리언트 리서치·포트폴리오운용 총괄은 "MSCI의 우려는 인도네시아에 국한된 사안이고 대다수 신흥국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아 고립된 위험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은 다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니켈 생산국이자 석탄·구리·천연가스의 주요 수출국인 만큼, 경제가 흔들릴 경우 글로벌 전기차 생산 차질은 물론 세계 식량·소비재·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NYT는 내다봤다.

INDONESIA-POLITICS <YONHAP NO-6799> (AFP)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1일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열린 전체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바흘릴 라하달리아 투자부 장관/AFP 연합뉴스
◇ 내년 6월까지 뒤집을 수 있을까…"보여주기 아닌 엄격한 법 집행이 관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인도네시아 정부는 강경 발언과 수습책을 동시에 쏟아내고 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 21일 각료회의에서 "MSCI가 우리를 겁주려 한다"며 "우리에겐 힘과 용기가 있고 희생할 각오도 돼 있다"고 반발했다. 의회 일각에서는 MSCI의 평가 방법론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이에 대해 MSCI 측은 로이터통신에 자사의 결정은 투명하고 규칙에 기반한 방법론을 따르고 있다고 일축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물밑에서 진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1월 마헨드라 시레가르 금융감독청(OJK) 위원장 사임 이후 시장의 신망이 두터운 인사로 고위 당국자를 교체하고, 시세조종 방지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OJK는 MSCI 발표 불과 몇 시간 뒤 시세조종 연루 주체들에게 총 2조1000억 루피아(약 154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도네시아증권거래소(IDX) 역시 19일 MSCI 측과 면담한 직후, 다음 달 2일부터 소수 주주에게 지분이 편중된 84개 종목을 자카르타종합지수 산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MSCI는 내년 4월 30일까지 시장 의견을 수렴한 뒤 6월 30일까지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이 기간 안에 시장 지배구조가 실질적으로 개선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으면 강등 절차를 밟게 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책의 나열보다 실질적인 집행력이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탄 매니저는 "결국 현재의 지수 동결 조치가 해제된 이후에도 이 대책들이 지속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확신을 MSCI에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킨토시 전문가 역시 "당국이 수많은 정책을 내놓은 점은 인정하지만 이제는 엄격한 집행이 우선"이라며 "조직적 매매와 주가 조작 책임자들을 벌금이나 징역형으로 확실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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