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230조원 10배 폭풍성장
글로벌 기업으로 다음 단계 준비해야
이 부회장 리더십 부재 우려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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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이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신경영 선언’ 27주년을 보냈다. 신경영 선언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킨 그룹 내에선 중요한 사건이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를 다음 날 앞둔 터라 별도의 행사는 없었다.
신경영 선언은 이 회장 취임 5년 차에 나왔다. 이 회장은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호텔에서 임직원들을 불러모아 “바꾸려면 철저히 다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일갈했다. 소니·GE 등 제품에 밀려 삼성 제품이 외면받고 있고, 불량 제품이 많다는 걸 뒤늦게 안 이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어 이 회장의 지위 아래 생산현장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가동을 중단하고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하는 ‘라인스톱제’, 불량 무선전화기 15만대를 수거해 태워 없애는 ‘화형식’ 등 고강도 조치들이 나왔고, 이런 품질 경영 노력은 삼성그룹의 체질을 바꿔놓았다.
삼성그룹의 ‘핵’인 삼성전자는 1999년 매출 25조7723억원, 영업이익 2조8862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매출 230조4009억원, 영업이익 27조7685억원으로 10배가량 성장했다. 브랜드 가치도 향상돼 국내 전자기업에서 글로벌 대기업으로 도약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1999년에만 해도 31억 달러로 순위에도 없다가 2000년 52억 달러를 기록하며 43위로 올라섰고 2010년 195억 달러로 19위, 2019년 611억 달러로 6위에 올랐다.
재계에선 이때의 혁신이 오늘날 삼성을 먹여살린 밑천이라고 설명한다. 이 회장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이 부회장이 최근 달라진 노사관계 등 변화된 경영환경을 인정하고 ‘뉴삼성’을 내건 것도 신경영 선언 같은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낀 탓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이 전례 없는 위기 속에 있다는 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와 미중 반도체 전쟁 조짐은 삼성의 위상을 위협하는 파도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총수인 이 부회장이 또다시 구속된다면 혁신과 성장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아무리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수십조원 이상 투자나 어떤 신사업을 할지를 결정하는 건 총수를 거치지 않고선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이 부회장 구속 기간에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 투자 발표는 사실상 중단됐었다. 최근 대형 투자 발표인 △미래 성장사업에 180조원 투자(2018년 8월)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 133조원 투자(지난해 4월) △퀀텀닷(QD) 디스플레이에 13조원 투자(지난해 10월) △평택캠퍼스에 최첨단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 약 10조원 투자(지난 1일) 등은 모두 이 부회장 석방 뒤에 이뤄졌다. 이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삼성이 빠른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할 상황에 처할 경우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경영을 해본 사람만 투자결정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가 안다”며 “전자산업같이 시기가 중요한 산업에서 실기(失機)하면 과거 일본 전자업체들이 겪었던 몰락을 우리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