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백남준·이불...해외 콜렉터들에게 선보이는 한국 작가들 향연 국립현대미술관, 리움 등 우리 작가 집중 조명 전시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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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창열 회고전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3일 개막하는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 기간 동안 국내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세계 미술 관계자들을 맞이한다. 이들은 한국 작가들의 대규모 전시를 집중적으로 선보이며 우리 미술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김창열 회고전'은 이번 키아프리즈 기간 가장 주목받는 전시 중 하나다.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창열(1929~2021)의 작고 후 첫 대규모 회고전인 이 전시는 12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전 생애를 조망한다.
김창열작가 사진_육명심, 〈예술가의 초상시리즈-김창열〉, 1979, 종이에 디지털잉크젯프린트, 76.2×50.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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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명심 사진작가가 1979년에 촬영한 김창열의 작업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6·25 전쟁 중에 중학교 동창 120명 중 60명이 죽었고, 그 상흔을 총알 맞은 살갗의 구멍이라고 생각하며 물방울을 그렸다"는 작가의 증언은 그의 대표작인 물방울 회화의 숨겨진 기원을 보여준다. 캔버스 위에 맺힌 투명하고 영롱한 물방울들이 실은 전쟁의 참혹한 기억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해외 관람객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전시는 '상흔', '현상', '물방울', '회귀' 4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초기작 31점과 뉴욕 시기 미공개 회화 8점이 최초로 선보인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세계 미술계 인사들이 한국을 찾는 시기에 맞춰 김창열이라는 예술가를 새롭게 발견하고 재정립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남준 1976년 작 'TV 로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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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TV 로댕'. /서울옥션
서울옥션은 백남준(1932~2006) 타계 20주기를 앞두고 특별전 '위대한 통찰력: 백남준과 시대의 작가들'을 개최한다.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비디오 아트 창시자이자 전위예술 선구자인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로봇 초상 시리즈 '에디슨'·'혜초'를 비롯해 키네틱 아트 작품 'K-567',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텔레비전 앞에서 화면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TV 로댕' 등 대표작들이 전시된다. 또한 앤디 워홀, 이불, 올라퍼 엘리아슨 등 시대를 초월한 혁신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걸려 백남준의 동시대적 맥락을 보여준다.
이불 작가 호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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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작가. /호암재단
리움미술관에서는 9월 4일부터 이불의 대규모 개인전 '이불: 1998년 이후'가 열린다.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정면 외벽에 조각 작품을 설치하는 등 국제적 명성을 얻은 이불의 전시는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키아프리즈 기간 놓쳐서는 안 되는 하이라이트로 꼽고 있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 유토피아적 모더니티 등을 탐구해온 작가의 1998년 이후 대표작들이 총체적으로 다뤄진다.
이불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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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의 '나의 거대서사: 바위에 흐느끼다…'. /ⓒ Lee Bul. 모리미술관 및 작가 제공.
롯데뮤지엄에서는 현재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MZ세대 작가 옥승철의 개인전 '프로토타입'이 열리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재조합해 디지털 툴과 아날로그 회화를 결합한 그의 작품은 디지털 시대의 원본과 복제 개념을 전복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벡터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그의 작업은 디지털 원본이 캔버스 회화, 조각, 영상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을 자극한다.
옥승철의 'Prototy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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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승철의 'Prototype'. /롯데뮤지엄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는 한지 끝을 태우고 곧바로 불을 꺼 남은 조각을 섬세하게 배열하는 작업으로 알려진 김민정의 개인전을 26일부터 선보인다.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이강승과 2023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미국 작가 캔디스 린의 2인전도 같은 날 시작된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키아프리즈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열리는 이러한 전시들은 한국 미술의 다층적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며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 미술의 독창성과 세계적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