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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공개] 北, 35년전엔 ‘남북은 하나’ 주장…적대적 두 국가와 정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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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현 기자

승인 : 2025. 09. 02. 10:00

30_제7차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 귀환 (1992.5.8.)
제 7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이 귀환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통일부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과정이 담긴 1~8차(1990.9~1992.9) 남북고위급회담을 공개했다. 통일부는 20여년 간의 남북회담 역사를 통틀어 최고위급 회담에 속했던 당시 대화 및 실상을 생생히 담은 '남북대화 사료집 제13권 및 회의록편 제3~6권'을 2일 공개했다.

당시 남북은 양측 총리가 수석대표로 나선 고위급회담을 통해 분단 이래 처음으로 남북관계 전반을 규율하는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남북 화해·불가침·교류협력에 관한 원칙과 실행방안을 포함한 남북기본합의서는 5차 남북고위급회담(1991.12.10~13)에서 채택됐다. 특히 합의서에선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규정하며 통일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남북기본합의서는 이후 6차 남북고위급회담(1992.2.19) 때 발효됐다.

◇ '남북 하나의 국가' 유엔 가입 주장…현재 '적대적 두 국가'와 상반돼

북한은 남북한 유엔 가입 문제 관련 1·2차(1990년 9월 28일부터 10월 5일까지) 실무대표 접촉에서 '하나의 국가'로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2023년 말 이후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북한은 당시 유엔 가입을 남북통일 문제로 인식해 통일 후 가입 또는 단일 의석 가입을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대표는 통일 실현이라는 염원으로 하나로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반면 남측은 북한 주장이 비현실적이라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후 남한의 단독 가입을 저지하기 위해 먼저 가입 신청서를 냈고,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게 됐다.

◇ 北, 한반도 평화협정 전환 당사자 남한→북미로 입장 변경

북한은 5차 고위급회담 준비 실무대표 접촉(1991년 11월 11~15일) 때 한반도 평화협정 전환의 당사자를 북한과 미국으로 규정하면서 남측 배제를 주장했다. 북한은 당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는 우리와 미국이 해결하고, 북남관계에서는 불가침선언 채택 문제만 다루면 모두 해결"된다고 했다.

김웅희 전 남북회담본부 본부장은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김일성이 '평화협정 전환의 당사자는 남한'이라고 직접 말할 정도였는데, 그 이후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당사자는 북미) 기조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당사자를 남한에서 북미로 변경한 데 대해서는 "북한이 한국의 대북정책이 미국에 종속됐다고 보는 것"이라며 "평화협정 전환을 미국에게 직접 받아내면 남한을 쉽게 요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32_제8차 남북고위급회담, 평양 인민문화궁전 (1992.9.17.)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제 8차 남북고위급회담 모습. /통일부 제공
이 외에도 북한은 국회회담 예비접촉(1985.7.23) 때 처음으로 남북 간 서로 군사적인 행동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불가침 공동선언' 채택을 요구했다. 이후 1~3차 고위급회담(1990.9.4~12.11) 때에도 북한은 주장을 이어갔다. 안병수 북한 대표는 3차 고위급회담 당시 "불가침 선언을 채택하면 북남 사이 군축을 하게 되고, 군축을 하면 미군이 남조선에서 철수되어야 하는 논리가 뒤따르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북회담은 이처럼 재개와 중단을 반복해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회담을 중단하곤 했다"면서 "남북 간 불가침 협정이 체결된 이후 북한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해 회담에 미련을 갖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통일부는 1990년 9월부터 1992년 9월까지 8차례에 걸친 남북 고위급회담 문서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이날 국민에게 공개한다.

공개된 남북회담 문서 원문은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 △국립통일교육원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목포통일플러스센터 △국회도서관 △국회부산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7차 남북회담 문서 공개 요약집'도 발간해 공개할 예정"이라며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남북회담 문서 공개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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