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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임종헌 재판서 첫 현직 판사 증언…정다주 “비밀스럽게 작성해 부담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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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19. 04. 0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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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임 전 차장 사무실서 확보한 USB 증거로 인정
법정 향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 현직 판사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따르면서 부담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의 재판에 현직 판사가 증인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속행 공판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정 부장판사는 2013∼2015년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하며 당시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각종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장판사는 △2014년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정지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검토한 문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 선고를 내린 뒤 각계 동향을 파악한 보고서 △상고법원 추진과 관련한 국회 동향 보고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민감한 사건에 대한 보고서 등을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작성했다고 인정했다.

이 가운데 전교조 사건과 관련한 문건에는 1·2심이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대법원은 고용노동부의 재항고를 받아들여 파기환송하는 것이 청와대와 대법원 모두에 득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위헌 선고 이전에 결정을 내려야 극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기재됐다.

이는 당시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설치 등 현안에 청와대 협조를 얻기 위해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정황이라고 검찰에서는 판단한다.

이 문건에 대해 정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논리와 결론 등을 상세히 구술한 것을 정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헌재의 통진당 사건 관련 결론이나 내부 평의 내용 등 정보를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검찰이 “재항고 사건을 인용해야 한다, 인용 방향으로 검토하라고 임 전 차장이 지시한 것이냐”고 묻자 “결국 그런 지시를 했던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임 전 차장으로부터 ‘청와대가 전교조 사건을 청와대에서 최대 현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만약 재항고를 기각하면 역풍이 불 수 있고, 사법부에 대한 보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배경 설명을 들었다”며 “그래서 재항고를 인용하는 것으로 구술해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작성한 문건에는 이 사건의 본안 판단은 시간을 두고 결론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은 이 내용이 당시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의 재판 진행 속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것 아니냐고 의심을 품었다.

이에 재판부가 정 부장판사의 생각을 묻자, 정 부장판사는 “과연 그런 것이 가능했는지, 지금 저로서도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며 “이 사건을 비롯해 여러 일련의 사태에 비춰 저도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날 검찰이 “조사를 받을 때 ‘사법부 권한을 남용하는 부분이 많이 포함됐고, 비밀스럽게 작성해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이라고 진술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정 부장판사는 “그렇게 진술한 적 있다”고 답했다.

정 부장판사는 또 법원행정처에 재직하던 때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 근무했던 성창호 부장판사로부터 수시로 대법원장의 의중을 전달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성창호 부장판사가 심의관들에게 각자 하는 업무를 보고하도록 독촉했고, 법원행정처의 실·국을 수시로 방문했다고 정 부장판사는 진술했다. 또 심의관들과의 회의 석상이나 사석에서 대법원장의 생각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이날 검찰이 제시한 문건들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법원의 대응 방안을 검토했거나,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도움이 된 판결들을 제시했을 뿐”이라며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검찰 측의 증인신문이 이뤄지는 동안 여러 차례 신문 방식이나 질문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다가 검찰과 대립하기도 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마치 소송을 지휘하듯 어떤 질문은 하지 말라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비판했고, 재판부는 이에 “증인에게 충분히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할 능력과 지혜가 있다고 본다”며 임 전 차장을 제지했다.

한편 이날 법원은 검찰이 임 전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확보한 USB를 증거로 인정했다.

임 전 차장 측은 검찰이 위법하게 수집한 USB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압수수색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진술로 USB가 사무실에 있음이 확인된 만큼 그 한도에 대해 사무실 압수수색이 적법하고, 공소사실과의 객관적 관련성도 인정된다”며 증거 채택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USB에 담긴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 중 임 전 차장이 동의하지 않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향후 법정에서 증거 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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