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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입국 거부된 이민자들, 그리고 ‘와(和)’…장경재 교수 “이민자도 일본사회의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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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0. 06. 1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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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획일적 입국금지, 재검토 청원에 수천명
한국인 포함 유학생들도 학업 중단 우려
"코로나 대응 중요하지만 이민자 생존권도 고려해야"
장경재
장경재 히로시마 대학 교수.
일본이 삶의 터전인 재일 외국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입국제한 조치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일본 국적 보유자와 특별 영주자를 제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면서다.

입국을 거부당한 외국인들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에 돌아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인을 포함한 유학생들도 학교에 돌아가지 못해 학업에 차질이 우려된다. 국제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는 재일 외국인에 대한 일률적인 입국금지 조치를 개선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9일 현재 동참 인원이 6800명을 넘었다.

장경재 히로시마 대학 교수는 장기거주 외국인 대한 입국금지 조치가 일본 사회의 집단주의 ‘와(和)’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 대응 속에서도 “한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집단의 생존권 희생을 정당화하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 다음은 장 교수 제언 전문

최근 국제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일본에 생활 거점을 둔 중장기 체류 외국인의 입국 거부를 재검토해달라”는 청원이 제기됐다. 청원은 합법적인 자격으로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획일적인 입국금지를 완화해 줄 것을 아베 신조 총리와 모리 마사코 법무성 장관에게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3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일본 국적 보유자와 특별 영주자를 제외한 외국인의 일본 입국을 금지했다. 이번 청원을 발의한 크라머르 스벤 규슈대학 교수는 선진국 중 이같이 획일적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국가는 일본 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독일에 본부를 둔 유럽 일본 학회(EAJS) 학자들도 일본의 조치가 외국인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일본의 입국금지 조치는 대학 교육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신입생들이 유학 비자를 발급 받았음에도 입국하지 못해 등록을 포기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듣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 중에는 한국인 학생들도 다수 있다. 외국인 교원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 교수는 지난 4월 고향인 루마니아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나리타 공항에서 입국 금지를 통보 받고 5일간 입국장에 격리된 끝에 결국 입국하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이번달부터 제한적이나마 대면 수업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이들이 언제 입국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들이 입국을 거부 당해도 일본 정부에 문제를 제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스벤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국제적인 온라인 청원 뿐이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현재 일본에는 200만명이 넘는 중장기체류자, 영주권자, 일본인을 가족으로 둔 외국인이 일본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 이민자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이민 촉진과 차별 철폐를 주장하지만 구호에 그친다. 외국인 이민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참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지만 선거철에만 잠깐이다. 일본인 중심의 집단주의 ‘와(和)’를 중시하는 일본사회에서 외국인들은 여전히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존재다.

일본이 취한 무조건적인 외국인 입국금지는 국제사회의 모범국이 내린 조치로 보기 어렵다. 삶의 터전을 일본에 둔 이민자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것은 모든 나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자기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집단의 생존권 희생을 정당화하는 행태는 일본 정부와 사회가 깊이 재고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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