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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2.7톤 볼보 EX90, 조용히 압도했다…럭셔리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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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승인 : 2026. 09. 2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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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X90 시승…주행감 인상적
버튼 대신 14.5인치 화면…정숙성높아
거대한 차체에 담은 ‘안전한 럭셔리’
볼보 EX90
볼보 EX90 외관./김정규 기자
신호가 바뀌고 가속페달을 슬쩍 밟는 순간, 2.7톤짜리 차체가 마치 무게를 잊은 듯 미끄러지듯 튀어나갔다. 볼보 EX90의 계기판 속도가 순식간에 두 자릿수를 넘어가는데도 엔진음은커녕 바람 소리조차 크게 들리지 않았다.

"이 덩치에 이런 힘이라고?" 첫 인상은 반전 그 자체였다. 반전의 뒤편에는 볼보가 오랫동안 고수해온 철학, '힘을 과시하지 않고 조용히 통제한다'는 설계 원칙이 자리하고 있었다.

볼보 EX90은 볼보의 플래그십 전기 SUV로, 국내에서는 지난 4월 공식 출시됐다. 기존 플래그십 SUV인 XC90의 전동화 모델 역할을 맡고 있다. 볼보의 안전 기술과 차세대 소프트웨어 기술을 한데 집약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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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X90 외관./김정규 기자
시승차는 최상위 사양인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트림. 앞뒤 차축에 각각 모터를 얹어 최고출력 680마력(500kW), 최대토크 81.1kgf·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4.2초. 대형 패밀리 SUV라기보다는 고성능 스포츠카에 가까운 수치다.

그런데도 가속 시 차체가 요란하게 들썩이거나 뒷부분이 주저앉는 느낌은 없었다. 알고 보니 이는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 덕분이었다. 전기차는 페달을 밟는 순간 최대토크가 즉시 걸려 앞이 들리고 뒤가 가라앉기 쉬운데, 에어 서스펜션이 공기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해 차체 자세를 붙잡아준다. 강력하지만 거칠지 않은 가속감의 비밀은 바로 이 하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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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X90 2열 실내./김정규 기자
실내에 들어서자 이번엔 '조용함'이 매력적이었다. 시속 100km 구간에서도 대화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고, 음악을 틀면 소리가 또렷하게 살아났다. 넓고 완만하게 뻗은 앞유리, 매끈하게 다듬어진 차체 라인이 공기저항과 풍절음을 줄이고, 여기에 바워스앤윌킨스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달리는 스튜디오 같은 체험이 완성되는 듯했다. 차체 설계 단계부터 소음을 줄이도록 계산된 결과였다.

실내를 살펴보면 물리 버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센터 콘솔의 볼륨 다이얼 정도를 빼면, 운전자의 시야에 들어오는 버튼은 사실상 없다. 대신 14.5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대부분의 기능을 통합했다. 처음엔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몇 번 조작해보니 미니멀한 구성이 오히려 시각적 피로를 줄여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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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X90 1열 실내./김정규 기자
머리 위로는 버튼 하나로 투명도가 바뀌는 일렉트로크로믹 글라스 루프가 자리해, 강한 햇빛도 손쉽게 걸러냈다.

다만 3열 시트는 성인이 장시간 앉기엔 다소 비좁게 느껴졌다. 전장 5040mm, 전폭 1965mm, 전고 1740mm, 휠베이스 2985mm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를 감안하면 다소 의외였는데, 이는 EX90이 실내 공간 극대화보다 탑승자 보호 구조를 우선한 설계를 택했기 때문이다. 대신 좌석을 모두 접으면 적재 공간은 확연히 넉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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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X90 후면부./김정규 기자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48km로 인증받았다. 압도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볼보가 강조하는 건 '멀리'보다 '안전하고 조용하게'다. 가격은 1억620만원부터 시작하며, 시승한 최상위 트림(7인승)은 1억2120만원선.

결국 EX90이 남긴 인상은 하나로 모였다. 거대한 힘과 첨단 기술을 마음껏 과시하는 대신, 탑승자가 그 존재조차 느끼지 못하게 조용히 감싸는 것. 그게 이 차가 말하는 '럭셔리'의 정의였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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