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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만나는 명품연극 ‘인형의 집’·‘어둠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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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8. 11. 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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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30주년 기념작으로 나란히 무대에
인형의 집
연극 ‘인형의 집’ 중 한 장면./제공=예술의전당
차가운 가을 날씨 속, 묵직한 연극 두 편이 사색의 장을 연다.

노르웨이 대표 극작가 헨릭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을 러시아 유명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가 독창적으로 재창조한 동명 연극이 오는 2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또한 우화와 풍자로 역사와 사회를 재해석해 정교한 논리구조에 담아내는 ‘알레고리의 작가’ 이강백의 신작 ‘어둠상자’가 내달 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두 작품 모두 예술의전당이 개관 30주년 기념작으로 선보이는 무대다.

연극 ‘인형의 집’은 순종적인 가정주부 ‘노라’가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인형으로, 결혼 후에는 남편의 인형으로 살던 자신의 굴레를 깨닫고 가정과 가족을 떠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발표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여성 해방과 성 평등 문제를 환기해온 ‘문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부투소프는 최근 CJ토월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은 여성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이 희곡이 쓰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여성 문제에 대한 고민을 촉구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형의 집’ 발표 당시엔 여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고 혁명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며 “여성 문제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매일매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러시아 공연계 최고 권위의 ‘황금 마스크상’을 수상한 부투소프는 지난 9월부터 러시아 유명 극장 바흐탄고프극장의 수석 연출가를 맡고 있다. 2003년 연극 ‘보이체크’, 2008년 ‘갈매기’ 공연에 이어 이번 작품으로 10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난다.

그는 독특한 무대 미학과 고전을 독창적으로 재창조하는 연출로 명성이 높다. 이번 공연에서도 무채색 무대와 독창적인 오브제들이 눈길을 끈다.

그가 작년 11월 직접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한국 배우들이 극 중 인물들을 연기한다. 노라 역에 배우 정운선, 린데 부인 역에 우정원, 헬메르 역에 이기돈 등이 캐스팅됐다.


연극 어둠상자
연극 ‘어둠상자’의 한 장면./제공=예술의전당
연극 ‘어둠상자’는 고종의 마지막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나 사진)을 찍은 황실 사진가 집안이 4대에 걸쳐 그 사진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108년간의 분투를 다룬 작품이다.

고종은 1905년 미국 사절단과 함께 조선에 온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에게 어진을 선물한다. 조미수호통상조약(1882)의 기억을 되살려 망해가는 나라에 대한 연민과 관심을 촉구하는 선물이었다. 그러나 앨리스는 “황제다운 존재감은 거의 없는 애처롭고 둔감한 모습”이라 조롱한다.

작가 이강백은 이 같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보태 대본을 썼다. 고종이 ‘내 사진을 찾아내 없애라’는 명령을 했을 것이란 가정 아래 한 가문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그렸다. 4대의 이야기가 4막으로 구성돼 일종의 옴니버스 극처럼 꾸며진다.

이강백은 최근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종의 사진을 식민지를 거치며 모멸당하고 주체를 잃은 민족적 경험의 상징으로 본다면 새로운 시대는 그 사진을 없애는 행위에서 비로소 시작된다”고 얘기했다.

연출은 맡은 이수인은 “고종의 사진은 오욕으로 점철된 질곡의 현대사를 상징한다. 그 멍에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바람을 사진을 없애는 이야기에 담았다”며 “이 연극이 관객들로 하여금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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