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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60일 협상 좌초…군사전 넘어 ‘제재 대 호르무즈’ 승자 없는 경제 지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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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8. 1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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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5000억달러 가상자산 동결 이어 중국 정유사·은행 2차 제재 검토
이란, 호르무즈 봉쇄 유지·미군 포상금 맞불…'누가 더 버티나' 소모전
블룸버그 "양측 결정적 승리 수단 없어"
USA-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서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로이터·연합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라 설정한 60일 협상 시한이 16일(현지시간) 60일째를 맞았지만, 핵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 사실상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군사적 확전보다 이란의 원유·금융·교역망을 겨냥한 고강도 경제 압박에 무게를 싣고 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장기 버티기로 맞서고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9개월 장기 배치와 승조원 복무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미국의 군사적 소모도 이어지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 60일 협상 교착에 대이란 경제 압박 강화…중국 정유사·은행까지 겨냥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18일 종전 MOU를 토대로 60일 협상에 들어갔다.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미국의 대(對)이란 해상봉쇄를 풀면서 핵 문제를 포함한 쟁점을 논의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해협의 즉각적인 개방을 요구했고, 이란은 미국의 합의 이행을 먼저 요구하면서 협상은 교착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로 설정된 데드라인이 사실상 폐기됐으며 전쟁이 "의지와 경제적 인내력의 대결"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압박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주 이르면 이번 주 이란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조치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14일 이란을 경제적으로 강하게 압박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개인과 선박·항공기 등 1000건 이상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최근 조치는 이란의 그림자 원유 선단과 해운 보험사, 무기 조달 관련자, 디지털 거래소를 겨냥했으며 이란 연계 가상자산 약 5000억달러(709조2500억원)를 동결한 것으로 추산됐다.

압박의 다음 단계는 이란의 최대 원유 판매처인 중국이 될 수 있다. 중국은 2025년 기준 이란 해상 원유 수출량의 80% 이상을 사들였고 독립계 '티팟(teapot)' 정유사는 중국 정제능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미국은 이들 정유사와 이란 자금을 처리하는 중국 은행에 2차 제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란 주변국을 동원한 육로 봉쇄도 거론된다. 미국은 100억달러(14조1850억원) 규모 통화스와프를 요청한 파키스탄과 F-35 전투기 프로그램 복귀를 원하는 튀르키예를 상대로 이를 압박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중국 은행 제재는 중국의 보복을 부를 수 있고, 육로 봉쇄 역시 실행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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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란 여성이 13일(현지시간) 테헤란 도심의 엥겔라브 광장에서 반미 광고판 옆을 지나고 있다./EPA·연합
◇ 트럼프 행정부, 전쟁 목표서 '유가 안정' 부상…이란, 호르무즈 통제·포상금으로 맞서

경제 압박 강화와 함께 미국의 전쟁 목표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2월 28일 개전 초기 이란의 완전한 항복과 정권 교체, 핵무기 영구 차단, 대리세력 지원 중단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4일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첫 번째 목표는 미국 국민을 위해 석유와 가스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 차단을 두 번째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 CNN방송은 유가 안정을 앞세운 발언이 개전 당시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목표치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두 목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은 트럼프 행정부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전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3.785ℓ)당 4.06달러(5759원)로 다시 4달러를 넘어섰다. CNN은 전쟁 전 자유롭게 통항할 수 있었던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데 목표가 맞춰질 경우 결과적으로 전쟁 이전 상태를 복원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란은 경제 압박에 대한 장기 버티기를 강조하고 있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제1부통령은 미국이 군사적 실패를 경제적 압박으로 만회하려 한다며 이란이 '경제전'에서도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전했다. 이란은 미국이 동결 자산 해제 등 MOU 상의 약속을 먼저 이행해야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자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것이었고, 이란의 것이며, 이란의 것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군사적 위협도 병행했다. 아미르 하타미 이란군 총사령관은 이날 미군을 사살하거나 생포해 인계한 사람에게 3만달러(4255만5000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고 이란 국영 IRIB방송이 전했다. 여성이 이를 수행하면 포상금은 6만달러(8511만원)로 두 배가 된다. 하타미 사령관은 이를 '재정적 성전(financial jihad)'이라고 규정하며 미국이 오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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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이 2019년 5월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으로,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CVN 72·왼쪽)과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키어사지함(LHD 3)이 아라비아해의 미국 해군 제5함대 작전구역에서 합동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란 전쟁 장기화 속에 배치 9개월째를 맞은 링컨함에서는 일부 승조원의 투신 시도와 생필품 부족, 위생 문제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링컨함은 중동에서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과 교대할 예정이다./미국 해군·AFP·연합
◇ 블룸버그 "미·이란 모두 결정적 승리 어려워"…링컨함 9개월 배치로 미군 소모 누적

미국의 경제 압박과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가 맞서면서 전쟁은 상대가 먼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때까지 버티는 소모전으로 굳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와 군사시설, 지휘망을 파괴할 수 있지만 테헤란에 합의를 강요하거나 이란의 군사력 재건을 막을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란도 미국과 동맹국에 경제·군사적 비용을 부과할 수 있지만 미국을 군사적으로 패배시킬 능력은 없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양국 모두 패배를 피할 수단은 갖췄지만, 결정적 승리를 거둘 수단은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저강도 충돌과 공습 확대, 불안정한 휴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반복되는 장기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아직 소진 상태와는 거리가 있고 전쟁을 계속할 의지도 있어 일시적인 휴전도 전쟁 종식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이런 장기전의 군사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15일 중동 수역에서 9개월 가까이 임무를 수행한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방문했다. 쿠퍼 사령관은 링컨 항모타격단을 "강력한 팀"이라고 평가하면서 "역사는 이번 배치를 현대 들어 가장 강도가 높고 중대한 파병 중 하나로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승조원 5000여명이 탑승한 링컨함은 지난해 11월 미국 서부 해안을 출발했다.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하던 중 올해 1월 중동으로 전환 배치됐고, 지난해 12월 괌을 떠난 뒤 올해 7월 7일 오만에 기항할 때까지 208일 연속 해상에 머물렀다. 당초 5월 임무를 마칠 예정이었지만 이란전쟁이 이어지면서 배치가 연장됐다.

장기 배치는 승조원 생활 문제로 번졌다. 샤워실 곰팡이와 식재료 문제, 위생용품 부족과 오염된 식수 등에 대한 가족들의 증언이 나왔고, 최소 1명의 승조원이 함 밖으로 떨어진 사건이 발생했고, 다른 승조원들의 투신 시도도 보도됐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미국 해군은 관련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복무 환경과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링컨함의 장기 배치가 "충분히 길지 않다"고 말했다. 헝 카오 미국 국방부(전쟁부) 해군장관 대행은 소수의 정신건강 사례만 치료했고 한 끼의 식사도 거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복무 환경 관련 보도가 "완전히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링컨함은 조지 워싱턴함과 교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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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이란 케슘섬에서 어선 인근 해안에 기름 잔여물이 남아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주변 지역에서 선박과 기반시설을 겨냥한 전시 공격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기름 유출의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ISNA·AP·연합
◇ 미국, 이란 혁명수비대 수뇌부와 비밀 채널 가동…에르빌 회담 무산 뒤 중재도 교착

군사·경제 압박과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실권층과 직접 접촉하는 비밀 외교채널도 가동했다. 미국 협상팀은 지난 5월 이란 공식 협상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대표해 합의를 최종 타결할 권한이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에 털시 개버드 당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5월 10일께 네치르반 바르자니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정부(KRG) 수반에게 IRGC 지도부와의 접촉을 요청했다. 바르자니 수반은 5월 14일 KRG 수도 에르빌에서 암호화된 전화를 통해 아흐마드 바히디 IRGC 사령관과 직접 통화했다.

바히디 사령관은 이란 협상단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우리는 협상을 통해 이 위기를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이후 미국은 에르빌에서 양측의 비밀 협상을 제안했지만 이란 측이 이스라엘의 암살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현재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은 없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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